본문 바로가기
영화

엔칸토 : 마법의 세계 주토피아 제작진

by 리중 2022. 6. 6.
반응형

능력 없이 태어나다

콜롬비아의 깊은 산속, 마법의 세계 '엔칸토'가 있고 그 안에는 마드리갈 가족이 살아가고 있다. 저마다 나이를 먹으면 엔칸토의 선택을 받아 특별한 능력을 타고나는 가족 구성원들. 특히 저택인 까시타는 아부 엘라의 양초에서 시작해서 적들로부터 마드리갈 가족과 주민들을 지키는 터전을 만들고, 즉시 저택이 지어지니 이게 바로 까시 타이다. 마드리갈의 아이들은 이 까시 타로부터 기적을 받아 마법 능력을 얻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들의 주인공 미라벨은 능력을 받지 못한 평범한 아이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능력을 받지 못한 딸.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미라벨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약산 통통한 몸매에 평범한 외모. 디즈니가 추구하는 '사랑스러움'을 표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기적을 받지 못했다는 건 차별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가족들은 이미 미라벨을 차별하고 멸시하고 있다. 언니들이 더욱 그러하다. 특히 동생 안토니오가 능력을 얻는 장면에서 미라벨이 느끼는 소외감은 더 깊어진다. 이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자 기적의 근원과도 같은 존재인 할머니 아부 엘라가 미라벨을 핍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럼에도 미라벨은 자신이 가족의 일원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려 하지만 미라벨은 가족의 단체 사진에서 베제 될 정도로 소외되고 있다. 미라벨의 부모 역시 늘 미라벨에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만 한다. 미라벨로서는 미칠 노릇이다. 다른 가족들처럼 빛나고 싶은 미라벨의 욕망은 미라벨의 바람과 기다림, 그리고 씩씩함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나만이 소외된 것 같은 느낌. 나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는 인상. 그 우울한 감정이야말로 미라벨이 빠지기 가장 쉬운 함정이다.

그리고 미라벨은 까시타의 변화를 제일 먼저 목격하게 된다. 변화가 일어나 벽에 금이 가고 바닥이 깨지고 모든 촛불이 꺼지려고 하는데 그리고 그 변화는 오직 비 라벨의 눈에만 보인다. 할머니는 미라벨에게 무안을 주고 가족 구성원들 역시 미라벨에게 눈치를 줄 뿐이다. 하지만 그건 미라벨의 상상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까시타에 금이 갔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미라벨과 가족들의 앞에서는 그들을 안심시키고 또 안토니오의 날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도 이상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루이사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미라벨이 까시타에 금이 갔다고 느낀 날부터 루이사는 자신의 힘이 약해졌다는 걸 느끼고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힘을 발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가장 강한 힘을 지닌 루이사가 짊어진 '무거운 짐'이다.

 

집이 무너지다

그리고 이야기는 점차 본론으로 들어간다. 미라벨은 브루노의 방으로 들어간다.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곳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곳에서 미라벨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예언의 조각을 찾아내고 브루노가 파멸을 예측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집의 균열은 계속 이어져 완벽했어야 할 이사벨라의 저녁을 망치게 된다. 마리아노가 청혼하기로 한 날, 집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리고 미라벨은 브루노와 만난다. 브루노는 여러모로 미라벨과 닮은 인물이다. 예언의 능력이 있지만, 너무나도 무서운 예언을 보았고 그것이 자신의 책이라 생각해 집을 떠나고 그러면서도 가족이 그리워 벽 너머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두고 있는 불쌍한 사람, 브루노가 미라벨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영화의 중반 이후 브루노의 능력으로 미래를 다시 본 두 사람이 이사벨라에게 사건을 해결할 힌트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사벨라와 미라벨이 만나는 장면은 오랜만에 보는 디즈니 매직이다. 여러모로 이 작품은 <코코>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대가족을 그리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스페인어와 중남미의 문화를 다룬다는 면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코코>에 비해서는 드라마의 깊이나 감성에서 미치지 못하지만 이사벨라의 곡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인 연출은 그야말로 완벽하다. 가장 디즈니스러운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시대의 애니메이션의 방향

디즈니의 작품을 리뷰할 때마다 늘 새삼스럽게 느끼는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은 아마 경외감이지 않을까 싶다. 디즈니는 이미 무수히 많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관객의 기대치를 한계까지 올렸다. 이쯤 되면 식상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 나올 법도 한데 그들의 제작 방식이야말로 마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언제나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낸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디즈니가 그려내는 현시대의 애니메이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작품 초반 마드리갈 마을을 보여주는 시퀀스와 첫 번째 곡 장면에서 디즈니의 시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개봉했었던 <라야와 마지막 드래건>에서는 동남아시아를 이번에는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치면서 현실의 공간을 그리는 데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현실을 참고해서 아름다운 비주얼을 그려내면서 그 아름다움이 '환상'의 문을 두드리도록 만드는 것. 그렇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현실을 발판 삼아 환상을 구현한다. 그것이 현대의 애니메이션이 나야 가야 할 길이라고 디즈니는 말하려는 듯하다. 바로 <엔칸토 : 마법의 세계>를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10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한 채 마무리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물론 국내의 흥행 실패에는 홍보의 문제나 작품의 완성도가 다른 디즈니 영화들에 비해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점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너그럽게 바라봐도 이 작품이 디즈니의 대단한 수작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보내기에는 아쉬운 작품인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이 지닌 메시지와 이 작품이 그려내는 환상과 아름다움과 음악의 조화가 충분히 가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특별함'에 대한 이 작품의 태도는 역시 훌륭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