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작의 영화
영화 <헬프>는 1960년도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 '잭슨'이라는 마을에서 백인 가정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흑인 가정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인종차별에 관한 메시지보다는 1960년대 당시 흑인 가정부들이 백인 가정 안주인들에게 받았던 인종차별의 실상을 보여주고 가난한 생계를 위해 차별과 억압에서 외침 없이 살았던 흑인 가정부들의 '삶'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극복, 성장한다는 이야기이다. 2011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작가 캐서린 스토킷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테이트 테일러 감독이 각색 연출하였다. 이 영화는 민감할 수 있는 주제, "인종차별"을 다루고 있는데 미국은 각 주와 도시마다 인종차별의 정도가 다르다. 이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1960년대 당시 미시시피주는 '짐 크로 법' 안에서 인종차별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 짐 크로 법은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실행되었던 미국의 주법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평등하다"라는 선전 문구로 모든 공공기관에서 합법적으로 인종 간을 분리시킬 수 있도록 했다.
설익은 사과
영화에서 여러 장치 중 주된 요소로 나오는 인종 간의 공간 사용 분리는 인종차별주의자인 백인 가정의 집주인이 흑인 가정부와 집안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집 밖에 그들의 화장실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동양인이 보았을 때는 백인과 흑인 여성이 주가 되는 여성 영화로,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더라도 괜찮은 영화이다. 통통 튀는 동화 같은 색감으로 상류층 백인 여성들의 화려한 패션과 액세서리, 집 안 인테리어, 음식 등 볼거리가 많으며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 또한 감정적으로 잘 담아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수박 겉핥기 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는데 이 영화는 설익은 사과 같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인종차별을 기본으로 두고 있어서 인종마다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더욱 극명하게 나뉠 수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헬프이다. 영화에서 잠깐 언급하듯 '헬프'는 가정부 혹은 가사 도우미들을 통칭하는 단어인데 영화의 제목이 말하는 대상과 영화 이야기 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가 다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백인 여성 스키터(엠마 스톤)가 작가의 꿈을 가지고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는 이야기다. 중심이 되는 주인공의 설정이 흑인 가정부들이 아닌 백인 여성이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과 주인공 설정과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두 개로 갈리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 흑인 가정부들의 실상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이야기는 잘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공적인 영화 구조를 가지고 인종차별에 대한 주제 의식이 아닌 이러한 점을 하나의 소재로 잘 활용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에이블린 역의 비올라 데이비스는 자신의 영화 인생 중 후회하는 배역 중의 하나가 이 영화 헬프의 에이블린 역할이라고 뉴욕 타임스에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는데 그녀는 에이블린이라는 역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영화의 설정이 백인 여성이며 흑인 가정부들에 관한 책을 쓰는 방식으로 흑인보다 백인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의 감독, 테이트 테일러가 이 영화에서 중점으로 다루고자 한 것은 인종차별에 대한 역사적 고증이나 1960년대의 시대상, 흑인 가정부를 초점으로 둔 것이 아닌 이 영화의 원작 소설에 있다. 이 원작 소설은 작가, 캐서린 스토킷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인데 에이블린 역할 또한 실제 자신을 키워준 흑인 가정부를 모티브로 했다. 에이블린은 그녀가 돌보던 아이가 엄마에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너는 똑똑하고, 친절하고, 소중하다고 말해준다. 어찌 보면 에이블린 자신이 백인들에게 받는 처우에 대해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미국의 인권운동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여성이 이끌어 나간다. 1960년대는 남성주의 사회였으며 미국에서 조차 흑인 인권이 이루어진 이후에 여성인권이 이루어졌다. 영화를 보게 된다면 상류층의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라고 여겨지던 시대이다. 자신의 남편 앞에서는 수동적이고 목소리를 좀처럼 내지 못하는 백인 여성들은 자신들이 고용한 흑인 가정부들에게는 그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명령하고 무시한다. 백인 여성의 삶과 흑인 여성의 삶의 빈부격차 또한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1963년도에 이루어진 미국 인권운동을 또 다른 영화의 장치로 사용하면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법의 틀 안에서 인종차별을 이행하였고 그 법이 사라진다면 인종차별 또한 사라질 것이라는 잘못된 시각을 보여줌과 동시에 백인은 단면적으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잘못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1960년대 흑인 민권 운동은 흑인 운동가들뿐만 아니라 여러 백인 영웅들이 함께한 운동이다. 합법적으로 인종차별이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그것은 법을 떠나 잘못된 사회적 시각과 관습에 있었다. 이 영화는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자신을 똑똑하고 친절하고 소중해 여기며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종차별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바탕으로 두었을 뿐, 이 영화를 통해 어떠한 교훈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이야기 장치들이나 내용 적인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 영화이더라도 다채로운 색감과 볼거리, 여성 배우들의 마음 따뜻한 연기를 보는 것으로 충분히 이 영화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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