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을 위해
사람들 사이에서 유난히 푸른 눈이 눈에 띄는 한 여자. 우울한 표정으로 혼자 밥을 먹던 여자는 식당을 나온 뒤에도 한숨을 쉬며 생각이 많아 보인다. 직장에서도 무표정한 표정으로 손님을 마주한다. 그녀에겐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아일랜드에 있는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서는 에일리스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이곳에서 일요일마다 식료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표정만 봐도 왠지 짜증 나는 이 할머니가 식료품 점이 거의 없어 오만하고 사람 우습게 아는 가게의 주인이다. 하지만 에일리스가 이런 모습을 보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해주었던 언니 로즈, 그런 로즈는 에일리스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미국으로 갈 수 있게 신부님을 소개해줬고 언니를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 낯선 땅에서 혼자 지내야 할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배에 오른 에일리스. 그녀에겐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다른 사람들은 뱃멀미를 하게 될 것을 알았기에 음식을 먹지 않았지만 처음 배를 타는 에일리스는 알리가 없었고 화장실을 독차지하려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치욕스러운 수치 풀을 당하게 되는 에일리스였다. 이를 알게 된 룸메이트는 똑같은 방법으로 화장실을 쓰지 못하도록 복수해준다. 잠시 고향에 들렀다가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여자는 해외 살이 선배로서 입국 통과를 위한 많은 조언을 해준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위한 첫 발을 내딛고 신부님이 마련해준 하숙집으로 향하는 에일리스. 하숙집에는 같은 아일랜드 출신 여자들이 살고 있었고, 에일리스는 식료품 가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백화점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됐지만 낯선 이국 땅에서 손님을 대하는 방법은 너무도 서툴렀다. 낯선 이국땅에서 모든 것이 어리숙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에일리스는 가족들이 더욱 그리워지고 하루하루 외로운 해외살이를 하던 어느 날, 편지를 받은 에일리스는 참아왔던 향수병이 터져버리고 이를 눈치챈 직장 상사가 신부님을 데려왔다. 활력을 되찾은 에일리스는 부기 수업을 들으며 회계사가 되기 위한 새로운 삶의 스케치를 그려나갔고 어느덧 크리스마스날이 찾아와 신부님과 봉사활동을 가게 되는데 자신처럼 새로운 삶을 위해 미국으로 왔지만 가족과 연락이 끊겨 타국에서 쓸쓸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 이를 본 에일리스의 발거음은 무겁기만 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에일리스는 파티 이야기에 급빵긋 하는 새로운 하숙생 돌로레스를 데리고 댄스파티에 가게 된다. 그저 머릿속에 남자 생각만 가득 찬 돌로레스, 파티가 시작되고 에일리스를 유심히 보던 한 남자. 춤을 잘 못 춘다는 에일리스의 말에 그렇게 춤을 추게 된 남자는 토니라는 남자는 이탈리아 사람이고, 서로 호감이 있던 둘은 데이트를 하며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고 미국으로 온 뒤 그 어느 때 보다 밝은 표정으로 자기에 대해 얘기하는 에일리스 토니는 그런 에일리스를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얘기를 들어주었고, 쳇바퀴 같던 일상이 변하기 시작하며 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눈에 뜨게 달라지는 에일리스. 그런 변화된 자신의 이야기를 언니에게 전해준다. 한편 토니의 가족과 식사를 하게 된 에일리스는 토니가 야구를 좋아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치 결혼할 것처럼 말하는 토니의 말에 부담을 느낀 에일리스는 처음으로 듣는 사랑한다는 말에도 대답을 회피하며 생각에 잠긴다. 다음날 생각을 정리한 에일리스는 토니를 만나 이야기를 꺼낸다.
갑작스러운 언니의 죽음
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신부님의 말처럼 향수병을 이겨낸 에일리스는 시험 통과를 자축하며 토니와 함께 해변으로 놀러 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몸이 아프단 걸 숨겨왔던 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는데 언니의 장례식에 참석도 못하고 혼자 있을 엄마를 위해 고향에 다녀오기로 한 에일리스. 토니는 어쩌면 에일리스가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둘만의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그렇게 에일리스는 고향인 아일랜드로 돌아오게 된다. 언니의 무덤 앞에서 토니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흐느끼는 에일리스. 그리고 결혼을 앞둔 친구 낸시를 만나러 갔다가 짐이라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짐은 회계일을 하고 싶어 하는 에일리스에게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로즈가 일했던 회사에서 일을 해보라고 하는데 마을의 금수저이자 매너 있는 짐의 관심이 싫지만은 않은 에일리스. 암울한 미래밖에 보이지 않아 아일랜드를 떠났었지만 언니가 일하던 회사에서 회계일도 하게 되고 미국물 먹고 돌아온 에일리스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에일리스는 그동안 쓰지 않던 답장을 써보려고 하지만, 차마 손이 떨어지지 않았고 축복해줘야 할 친구의 결혼식에서도 어두운 표정의 에일리스. 에일리스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제 2의 고향 브루클린
영화 <브루클린>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고향을 떠나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아일랜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신부님과 토니, 짐을 제외하고 에일리스는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모두 여자로 구성된 아일랜드 여자의 해외 정착기이자 성장기를 그린 여성영화이다. 하지만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처럼 낯선 이국땅에서 향수병을 겪으며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모습과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보이는 어리숙한 모습은 학창 시절 학년이 바뀔 때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어 대학교에 갔을 때 취업에 성공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처럼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많은 공감을 일으킨다. 게다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민을 선택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습은 에일리스가 살던 시대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자기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아지길 원하지만 낯선 환경과 변화가 두려워 편하고 익숙한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에일리스는 그러지 않았고, 우린 그런 에일리스를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며 많은 공감을 하게 되지만 자상하고 곁에서 큰 힘이 된 토니를 두고 갑자기 불륜 아닌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에 실망스럽고 공감이 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인의 미국 정착기를 그리고 있는 만큼 아일랜드와 브루클린에 얽힌 슬픈 이주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아일랜드 이민자를 상징하는 에일리스가 토니와 짐, 두 남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게 무엇을 의 마하는 지 알게 된다. 영국의 오랜 식민지였던 아일랜드는 1845년 발생한 감자 대기근으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이때 많은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으로 가는 배를 타 뉴욕항에 도착했고, 내륙지방까지 갈 기력이 없던 사람들은 뉴욕 곳곳에 정착하게 되는데 브루클린이 그중 하나였다. 이렇게 해외 곳곳으로 인구 유출은 계속되었고, 1949년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게 되지만 당연히 아일랜드의 경제상황은 좋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영화의 제목인 브루클린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 정착한 것처럼 에일리스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곳이자 기회가 있는 외부를 상징하고 에일리스는 이민을 선택하며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아일랜드인을 상징하는 것이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에일리스의 삶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인성 고약한 가게의 주인 밑에서 주말 알바를 하며 지냈지만, 제대로 된 옷 한 벌 살 여유가 없어서 파티에서 남자들에게 비웃음을 당했고, 필요한 걸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수동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미국으로 간 것도 자발적이라기보다 에일리스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원하는 언니의 권유때문이었고, 집안의 가장인 언니의 부담을 줄이고,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닌 선택이였다. 그렇게 브루클린으로 가게 된 것도 머무를 집과 백화점에서 판매일을 하게 된 것도 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된 것도 스스로의 힘으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는 먼저 이주해온 영국계 미국인에게 차별을 받아 아일랜드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이민 2~3 세대를 대학에 보내던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에일리스는 보다 나은 삶은 사는 것이 최우선의 가치였고, 사랑보다는 일과 공부가 먼저였기에 결혼할 것처럼 말하던 토니의 사랑고백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또한 향수병을 이겨내고 회계사라는 목표가 생겨 조금씩 주체적인 삶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만나게 된 토니는 에일리스의 주변 인물 중 유일하게 아일랜드인이 아니었고 이는 익숙했던 아일랜드를 떠나서 과거의 수동적이 삶에서 벗아나 미국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기 시작하는 모습을 상징하기도 하다. 이는 입고 있던 옷을로도 표현되는데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녹색 옷을 입고 있던 향수병을 겪을 때까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신부님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 향수병을 극복하고 옷조차 마음대로 살 수 없었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옷을 입으며 능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것과 미국 생활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후에도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녹색 옷을 많이 입고 나오는 건 미국에 적응해가는 적응이자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아일랜드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던 이민자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너무도 특별한 존재인 언니 로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예상하지 못했던 시련과 고통에 자신이 했던 선택을 후회하는 마음을 고향에 온 에일리스가 짐에게 흔들리는 이유는 짐이 부유하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원하던 에일리스였기에 그리워하던 편하고 익숙한 교향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짐과 토니 두 남자에게 흔들리는 건 어디서 어떤 삶을 살아갈지 선택하는 과정을 상징하며, 수동적인 결정만을 하던 에일리스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하지만 달라진 건 고향이 아닌 에일리스, 자기 자신이었고 미국에 가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고향에서 부기 계원으로 일 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식료품 가게 주인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자 고향을 그리워했던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토록 고향이 그리웠던 이유는 편하고 익숙하며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옷이 없어 자신을 비웃던 럭비클럽 남자들과 사람 우습게 알고 시기 가득한 사람이 있는 고향이 그리워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에이리스는 그제야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고백하고 엄마는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가족 에일리스가 떠나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랬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의연하게 보내준다. 그렇게 에일리스는 이젠 무거워진 가방을 챙기고 고향 아일랜드를 떠나 미국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을 삶을 일구어 나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고향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에일리스는 더 이상 아일랜드에 돌아가고 싶은 아일랜드인이 아닌 아일랜드인의 정체성을 가진 미국인으로 살아갈 제2의 고향 브루클린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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