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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담보 : 힐링 영화

by 리중 2022.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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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가 된 아이

촉망받는 중국어 통역사인 승희는 곧 있을 한중 경제 협력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던 중 걸려오는 종배의 전화. 목소리가 엄청 다급하다. 승이는 10년 넘게 누군가를 찾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1993년으로 돌아간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한 종배와 두석, 이 두 사람은 군생활을 같이 하다 사회에 나와서 사채 추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이런 일을 하기에는 뭔가 좀 어리숙해 보인다. 종배는 쌔보이고 싶어서 가짜 금목걸이도 하고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두석은 그런 종배가 답답하기만 하다. 드디어 찾아낸 오늘의 고객, 조선족인 명자이다. 명자는 3개월치의 이자가 밀린 상태였고, 두 사람은 그녀에게 밀린 돈을 받으러 왔는데 종배는 역시나 답답하기만 하고 그나마 두석은 형이라고 좀 나은 듯하다. 갚을 돈이 없어 답답한 명자에게 두석은 아이를 담보로 데리고 있을 테니 내일 가지 갚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이때부터 이 아이의 이름은 '담보'가 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명자는 돈을 구하기 위해서 남편의 직장까지 찾아가서 돈을 구해 보지만 남편은 이미 바람나서 잠적을 한 상황. 막막한 명자에게 다행히도 담보의 큰아버지와 연락이 닿아 돈을 구하게 된다. 그런데 남편 직장의 사장이 수상하다. 명자를 보고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데 신고를 한 것이었다. 명자는 불법 체류자였던 것이다. 다음날 약속된 시간은 지났는데 명자는 나타나지도 않고 두석과 종배는 아이만 납치한 꼴이라고 사장에게 된통 욕만 먹는다. 할 수 없이 명자를 찾기 위해 이동 중에 담보는 두 사람이 잠시 방심한 사이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두 사람은 담보를 놓친 것을 서로 탓만 하고 있다. 늦은 시간 담보는 집으로 돌아오는데 여긴 집이 아니라 자율방범대 컨테이너였다. 담보는 엄마를 기다려 보지만, 이미 체포됐을 명자가 올리가 없고 담보는 그런 엄마를 찾으러 결국 자기 몸보다 큰 가방을 메고 떠나게 된다. 불법체류자로 잡힌 명자는 당장 추방될 상황이어서 힘들게 두석을 만나게 되고 아이를 큰아버지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두석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이 목적이 아닌 데다 돈문제도 해결해준다니까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담보는 어제 잃어버렸다. 늦은 시간까지 엄마를 찾는 담보에게 더러운 짐승이 한 마리 접근한다. 다행히 두석이 발견하여 담보는 구출되고 엄마는 떠났고 큰아버지에게 가있으라 말하지만 담보는 엄마와의 이별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담보의 상황이 마음 아프기는 두석도 매한가지였다. 차분히 담보를 달래 본다. 담보도 두석에게서 안정을 취하게 된다. 담보는 같이 지내는 시간이 썩 싫지는 않다.

 

아버지와 딸

드디어 기다리던 큰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오게 된다. 명자의 채무를 넘는 150만 원을 받기로 한 대신에 담보와 쇼핑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담보의 이름은 '승희'였다. 그리고 두석에게는 돌머리라는 의미의 '두석' 말고 '승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드디어 통성명까지 하게 된다. 돈을 받은 두석은 기분 좋게 승이에게 옷도 사주고, 승이가 좋아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테이프를 사주려는데, 3만 원짜리 옷도 비싸서 안 사준 두석이 18,000원짜리 테이프를 사준다. 어쩔 수 없이 큰 지출을 하는 두석은 비상금을 꺼내는데, 비상금은 양말 속에 있었다. 이제 승이와 헤어지기 전 마지막 밤. 승이는 아쉬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만, 두석은 씁쓸함을 표현 못하는 못난 어른이다. 다음날 승이를 보내기 전 두석은 중고 CE플레이어를 선물로 건네주고, 드디어 나타난 승이의 큰아버지. 두석은 승이와 헤어지기가 싫은 것인지 이유 없이 큰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수상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목적은 돈을 받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헤어지기 전 옛날 연인들이 삐삐의 비밀번호를 공유하듯이 서로 연락하기로 약속을 하고 짠한 이별을 한다. 오랜만에 두석은 승이에게 연락을 취하는데 삐삐가 들어있는 가방이 엉뚱한 곳에 그리고 다른 가방들과 같이 보관돼 있다. 게다가 하나같이 여자아이들의 가방 같아 보인다. 연락이 안 되는 승이가 걱정돼서 큰아버지 행세를 했던 사기꾼 놈을 찾아와서 승이를 찾지만,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역시나 승이는 술집으로 팔려와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 한편 승이의 가방만을 찾아온 두석은 승이의 연락을 기다리는데 어느덧 두석은 아저씨가 아닌 아버지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고 고생 끝에 승이는 두석의 품으로 돌아온다. 이미 두석은 승이를 보호할 마음이 크다. 시간은 흘러 승이는 두석의 딸로 호석을 정리하고 정상적인 학교를 다니는데 이 와중에 성적까지 좋아서 세 식구는 구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승이의 엄마가 드디어 승이를 찾아오지만, 잘 지내고 있는 딸을 발견하고는 발길을 돌리게 된다. 승이와 두석은 이미 아버지와 딸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는

어느덧 대학생이 된 승이를 업고 온 남자 친구를 두고 신상털이를 한참 하는데 늦은 시간 걸려온 전화에서는 조선족 사투리가 들린다. 승이의 외할머니에게서 온 전화였다. 이 전화 한통으로 평안했던 이 가족에게는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과연 무슨 일일까? 그리고 처음에 성인이었던 승이는 대체 누구를 찾고 있는 걸까. 2020년 작인 <담보>는 <하모니>, <히말라야>, <공조> 등에서 감독 혹은 각색으로 참여를 했던 강대규 감독의 작품이다. 연기로는 두 말할 나위 없는 성동일, 김희원 씨는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하지원, 끝까지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준 아역배우 박소희 양 누구 하나 영화의 흐름에 안 어울리는 배우가 없었다. 스토리는 당연히 뻔히 예상되는 눈물을 짜내는 신파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뻔하게 흘러가는 전개를 주연 배우들의 공백 없는 연기와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유모 코드까지, 게다가 아역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담보 역할의 박소희 양은 영화를 명작으로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천만 영화였던 <7번 방의 선물>과 견주어도 문제없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잠깐씩 나오는 조연과 우정 출연 배우까지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많다 보니까 극의 완성도는 너무나 훌륭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극장가의 제한만 없었다면 훨씬 더 많은 관객을 유치했을 거다.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전개도 빠르고 전달하고 싶은 장면이 너무 많지만 영화가 절정을 향할수록 가슴 때리고 콧물까지 쏟아내게 해서 이 영화만큼은 꼭 직접 시청하길 너무나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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